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칼럼> 오늘은 감동 / 박경옥 대구대학교 교수
정광윤 2018-10-08 오후 5:36:00
sanbby@kase.or.kr 213

※ 특정 특수학교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특수학교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계가 참담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특히 특수교육교원들은 더욱 그렇다. 당사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겠지만,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으로 오늘도 묵묵히 특수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특수교육교원들의 사기나 명예가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박경옥 교수가 '오늘은 감동'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내왔기에 그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오늘은 감동


박 경 옥(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태풍이 지나고 난 일요일 오후, 유치원 때 지도했던 학생의 어머니와 13년 만에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을 한 후에 내가 담임으로 했던 많은 말들을 그대로 전해주셨다. 아이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사용했던 그림 카드, 그것을 가정에서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대소변 훈련, 숟가락질, 그리고 휠체어 스스로 밀기, 물리치료와 가정에서의 재활운동 등등 어느 것 하나 놓침 없이 그대로 복기(復記)해 주셨다.

   듣고 있는 내내 내가? 맞아, 그랬지.’ 오래전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 선명하게 그 기억들이 살아났다. 듣고 있자니 간헐적으로 소름이 돋기도 했고,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과 한편으로 얼마나 절실했으면 하는 마음에 울컥하기도 했다. 20여분 쉼 없이 아이와 지낸 이야기를 해 주셨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과정에 입학을 하여서도 담임 선생님들이 해 주시는 교육과 생활 지도에 관한 내용을 유치원 때처럼 차곡차곡 기억하고 행하며 지내셨단다. 오가며 복도에서 스칠 때면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느슨해졌던 마음도 다잡기도 하셨다고 전해 주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이어서 아이, 아니 지금은 어른이 되어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덕분이라고, 은인이라고 하셨다. 손발이 오그라들도록 여러 차례 감사의 말씀을 주셔 몸 둘 바를 모를 민망함과 전해지는 진심에 대한 감사함이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내가 아이와 고군분투를 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하셨다.

   아이의 발달과 진전이 더뎌 이거 맞나?’ 하는 의혹, ‘뭔가 잘못됐나?’ 아니면 내 아이는 안 되는 걸까?’ 하는 수없는 의심과 의심으로 어딘가에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이 최소 3년은 해보시라는 말에 힘을 얻고 했다고 했다. 이런 아이의 느린 성장보다 더 힘든 것은 주변의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의 시기 질투와 체념의 말들이었다고 한다.       

    너희 아이는 경하니까.”

    너희 아이 정도는 돼야.”

   너희 아이는 인지가 되니까.”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학교 선생님들이 해보자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푸념하신다. 어머니는 주변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도 힘들었다고’, ‘포기하고 싶었다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하셨지만 소용없었다 한다.

   첨엔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한 모든 것들을 나누고 싶어 많은 분들께 공유하고자 하였으나 모두 귓등으로 듣는 듯하여 이젠 이야기 안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여전히 끈을 놓지 못해서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어머니들께는 뭔가 해보려거든 애가 해낼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하라고 한다. 아이가 하지 못하는 건 엄마가 포기해서라고.

   몇해 전 어느 출판사에서 아이 성장에 대한 책을 출판하자는 제안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거절하였다고 한다. 책으로 내도 그동안 들어왔던 것처럼 다들 너의 아이 정도니까 가능한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개인 사례로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이 책으로 내라고 하면 한번 생각해 볼게요하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셨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기사와 페이스북을 보면서 특수교사들을 무능 집단으로 보고 폄하하는 글을 보다가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 인식의 글을 볼 때마다 화난다. 물론 그들의 생각은 바르고 옳은 면도 있고, 또 그렇게 혁신적으로 제도가 바뀌거나 마련되었으면 좋겠고, 장애 인권 의식을 갖추지 못한 무능한 선생님들을 퇴출할 수 있으면 좋겠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과 보조 인력들도 충분한 역량을 가진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동의하고 찬성한다.

   물론 학교 현장에는 특수교사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한 분도 있음에 대해 인정한다. 물론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함량 미달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그런 함량 미달의 분들보다 더 많은 수의 최고의 특수교사도 있다. 그들이 이 척박한 특수교육 현장을 버티고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들이 생각이 없어서 제도에 모순이 있는 것을 몰라서, 훌륭한 선생님들 모시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얼렁뚱땅 사는 것이 아니다. 기사에 SNS의 글들을 작성하시는 분들만큼 특수교사들도 공감하고 분노하고 있다. 서로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안 바뀔까요? 선한 의지를 가진 자들은 권력욕이 없어서일까? 삶이 치열하지 않아서일까?

   많은 분들이 교수들은 자신의 치덕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십 편의 논문을 써서 이런저런 정책을 제안해도 보는 사람이 없다. 그런 정책은 논문 속에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간혹 학회에서 이야기를 해도 교사나 부모는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결국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밀리거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찬찬히 시간을 가지고 체계를 만들고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기간 사업들의 순번은 뒤로 또 뒤로 미뤄지게 된다.

   여러분들의 생각과 똑같지는 않지만 현장의 모순과 개선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간신히 지금의 특수교육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선생님들이 해 놓은 성과가 보시는 분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비난하고 질책으로 일관하기보다는 격려를 통해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특수교육 현장은 특수학교 설립 관련 부모님들의 읍소, 특수학교 내 교육권 침해에 대한 고소 고발, 특수학교 내 성폭력, 특수학교 내 보조 인력의 폭력 등등으로 교사들이 얼굴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다. 같은 동료 교사로서 부끄럽고 화가 나는 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로 인해 교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교사로서의 자존감은 실종 상태이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교사였다면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특수교육을 하고 특수교육을 받은 분들에게서 모욕적이고 비난하는 말과 글을 보였을 때 선생님 하나만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과 함께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과 학교가 함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특수교육을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다. 가여운 특수교사들이어 힘내시라. 당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오늘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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